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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레터 Vol.08] 다음 층은 없다. 드니 빌뇌브 <next floor> 상영담당자  |  2020.08.20  |  조회 33

다음 층은 없다.
드니 빌뇌브

경지에 오른 기성감독들의 초기작이나 단편영화를 보다보면 감독이 세계를 바라보는 시선이나 영화를 구성하는 방식의 기원, 지금까지도 집착하고 있는 메시지나 이미지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장르적인 제한을 두지 않고 영화를 만들어왔는데, 그의 수작들을 감상하다보면 나도 모르게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이 느껴진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영화는 주로 ‘눈으로 감상한다’는 관념이 지배적이다. 영화를 상징하는 도식들도 스크린, 관객석, 카메라가 대부분인데, 경험상 대형 극장에서 영화를 감상하고 나온 후의 대부분의 의견을 차지하는 것은 의외로 ‘사운드’가 많았다. 대사가 잘 안 들린다, 소리가 너무 컸다, 소리 때문에 무서웠다, 귀가 아팠다. 등등. 듣는 것에 따르는 여러 종류의 불편함은 영화의 내용, 관객의 신체리듬, 컨디션, 감정 등 꽤나 많은 것들을 자극한다. 그러나 의도적으로 귀를 막고 싶게끔 만드는 감독의 의도한 ‘불편’은 나에게 일종의 영화적 경험이었다. 사운드의 자극을 통해 발현되는 ‘저항감’이 스크린이 투영된 이미지와 중첩되어 귀를 막게끔 만드는 물리적 행동에까지 영향을 끼치는 상황은 감독이 의도한 세계에 대한 체험, 경험과도 같다.

집과 여러 극장, 각기 다른 상황에서 드니 빌뇌브 감독의 영화를 감상하면서도 동일하게 귀를 막고 싶었던 충동에 대해선 어떠한 영화보다 가 단연 최고였다.

영화 는 대중적으로 유명한 그의 여러 장편들 이전에 제작된 단편영화이다. 약 11분 동안 영화에선 “Next floor”라는 대사 말고는 어떤 언어도 들을 수 없다. 그 대신 거대한 식탁에 둘러앉은 여러 인물들이 음식물을 자르고, 씹고, 찢고, 깨물고, 부수고, 빨아먹고, 삼키고, 마시고, 햝고, 뜯는 소리들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대신한다.


이들은 초대받은 것인지, 아니면 원래부터 이 테이블의 ‘주인’ 이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들의 격식있는 차림에서 대접받는 인물들로 보인다. 대형 테이블 주위로는 악사들이 끊임없이 우울한 단조의 음악을 연주하고, 서버들은 쉬지 않고 음식을 내오고, 배분한다.

식탁의 주인들은 턱시도나 군인 정복을 입은 중년의 ‘백인남성’과 그 사이에서 코마상태로 산소호흡기에 의존한 채 식물인간이 되어버린 ‘유색인종의 남성’, 그리고 이 괴기한 만찬에 선뜻 손을 대지 못하는 ‘백인여성’이다. 세계를 독식하고 있는 계급에 대한 은유를 담은 테이블에 동양인은 찾아볼 수 없다. 죽은 동물들은 고급진 그릇 위에 고상하게 정렬되어 추접스럽게 먹혀 들어간다. 인간은 끊임없이 자르고, 씹고, 찢고, 깨물고, 부수고, 빨아먹고, 삼키고, 마시고, 햝고, 뜯는다. 요리 된 죽은 동물의 접시의 무게를 이기지 못한 테이블이 바닥을 부수고 추락하면, 다음 층에서 또다시 인간들만의 만찬이 시작된다.

추락하는 테이블과 끊임없이 먹는 인간. 영화는 인간의 멈추지 않는 육식에 대한 이야기이다. 죽은 동물의 사체가 도열된 식탁은 인간이 과잉으로 섭취하고 버리고 있는 음식의 본질을 보도록 한다. 그리고 동물의 살을 씹는 소리는 지겹도록 먹어치우는 인간에 대한 혐오감을 불러 일으킨다. 인간의 입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는 깨름직한 모양새의 음식들, 지저분한 마찰음, 내장과 근육을 찢고 씹는 소리들이 음울한 인간의 흐느낌과 뒤섞여 관객의 가슴을 조이고 귀를 막고 싶은 충동을 느끼게 만든다.

육중한 식탁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팽팽하게 늘어진 나무바닥이 한순간에 부서지면 도살당하는 동물의 울음같은 인간의 비명소리가 뚫려진 구멍으로 메아리처럼 울려 퍼진다. 감정의 밑바닥을 자극하는 이 끔찍한 소리들은 분명 우리가 감추고 싶었던 절제하지 못하는 탐욕, 죄책감을 자극하는 소리다. 수백여종의 동물이 멸종하고, 공장같은 곳에서 태어나 제 삶을 살지 못하는 동물이 많을 수록 인간의 식탁은 비대해져간다. 인류의 테이블은 이제 더 이상 버틸 바닥이 없다. 더 이상 “next floor”라고 외칠수가 없는 지경에 이르렀을때에야 우리는 우리의 잘못을 뉘우칠수 있을까. 아니면 영화 속 테이블과 같이 떨어지고 있는 샹들리에의 빛에 속아 추락 하는 와중에도 광기의 만찬을 쫓고 있을까.

장주희(원주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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