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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레터 Vol.22] <핑크 사리> 인권? 여성인권? 상영담당자  |  2021.03.17  |  조회 29

인권? 여성인권?
킴 론지노토  <핑크 사리>(Pink Saris, 2010)


페미니즘 이라는 말은 어렵다. 영화에 대한 글을 쓰기로 했으면서 쓸데없이 원론적인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영화를 볼 땐 들지 않았던 생각이 갑자기 떠올랐기 때문이다. 요즘은 ‘페미니즘?..’ 하고 의문을 띄우기보다는 각자의 페미니즘(?)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페미니즘은 이래야 해, 저래야 해. 여자랑 남자랑 싸우면 안 돼. 인권이 먼저야, 그래서 페미니즘이라는 말은 필요 없어.

한 현상에 대한 이해는 개인의 사회적 배경, 성별, 지위, 나이, 학력 등 다양한 요인에 따라 달라지지만 공통점은 모두 ‘인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인간답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들이 공통으로 주장할 수 있는 건 ‘인권’이다. 성별 구분없이 모든 인간을 위한 권리가 이미 있는데 오로지 ‘여성인권’에 대해 말하는 페미니즘은 정말 필요한 것일까?


영국의 다큐멘터리스트인 킴 론지노토는 인도의 전통적인 여성학대와 맞서 싸우는 ‘굴라비(분홍) 갱’의 주력인 삼팟이라는 한 여성을 기록한다. 삼팟은 12세에 결혼하여 가정폭력을 경험한 불가촉천민 여성이다. 여성폭력과 신분제라는 이중의 억압을 스스로 뚫고 일어난 삼팟은 여성폭력의 해결사로 이름을 떨친다.

인도사회에서 여성은 피해자라는 이름을 가질 수 없다. 혼전임신을 한 여성, 자신보다 신분이 높은 남성과 사랑에 빠진 불가촉천민 여성, 여성폭력을 피해 도망친 기혼여성 앞에 기다리는 것은 사회적 살해로 인한 죽음 뿐이다. 여기에 페미니즘의 윤리는 개입할 곳이 없다. 가해의 원인을 ‘여성이 집을 나가서’, ‘물을 떠오지 않아서’ 라고 말하는 가해자의 언어 속에 명백한 피해는 존재할 수 없기에, 삼팟은 피해자의 고통을 부각하고 반복해서 이야기한다. 피해여성의 절박함을 늘어놓는 지리멸렬한 싸움은 피해자에게 이중의 고통을 안기는 일이다. 피해자의 의사가 아니라, 가해자(주로 남편의 집안)가 피해자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책임의 여부를 묻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피해자의 주체성보다 구조 안에서 여성의 안위를 어디에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가 싸움의 쟁점이다.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가해자가 폭력의 정당성을 의탁한 권력인 가부장과 종교윤리의 맹점을 고발하는 것이다. 이 싸움은 구조의 붕괴를 부르짖는 싸움이기 전에 단 한 명의 여성이라도 더 살리려는 바닥으로부터의 싸움이다.


삼팟은 신분제와 가부장제가 저울질하는 피해여성들의 목숨을 결혼이라는 계약으로 구조 한다. 비천한 여성이, 혼전임신을 한 여성이 목숨을 구제할 방법은 한 남성의 소유물이 되어 그들의 신분을 비가시적으로 지우고 가부장제의 도구인 ‘여성’이 되는 일이다. 여기서 여성은 인간이 아니다. ‘인권’이 먼저라면 가해자들을 처벌하고 여성들은 그들에게서 자유로울 권리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자유로울 수 없다. 존재 자체가 부정당하는 일에 익숙해진 피해여성들에게 삼팟의 선택은 불가피한 최선이기에, 그들은 절망 속에 또 다른 절망을 보듯 말이 없다. 여성은 가해를 고발하는 일에도 사리(Saree)로 얼굴을 덮어 자신의 존재를 지운다. 어찌 되었든 원죄를 지웠다는 홀가분함과 얼떨떨함이 교차하듯 부끄러워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도, 삼팟도 알 것이다. 이 삶이 여성에게 최선의 삶은 아니라는 것을.

삼팟은 결국 자신의 삶 앞에서 무너지고 만다. 활동가로서의 삶이 남편과의 관계에 균열을 낼수 있다는 불안, 한 여성의 투쟁만으로는 사라질 수 없는 여성에 대한 억압에 삼팟은 눈물로 대답한다. 삼팟의 눈물은 자신에게서 여성에 대한 가능성을 보았음에도 결국 이 가능성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비참함에 대한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여성들의 ‘메시아’라 자칭하던 삼팟의 당당함은 어째서 왜 이 영화의 결말에서 볼 수 없게 된 것인지. 이 의문이 페미니즘의 여부에 대해 생각할 지점이지 않을까.


장주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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