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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레터 Vol.20] 내가 <승리호>에 기꺼이 탑승한 이유 상영담당자  |  2021.02.24  |  조회 52


내가 <승리호>에 기꺼이 탑승한 이유
조성희 <승리호> (2021)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사랑에 빠지는 이유는 예측불허다. 어린이에게 상냥하게 존댓말을 하는 모습에 반한다 거나, 같은 음반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애정이 샘솟기도 한다. 이런 순간들은 아주 결정적이어서, 일단 한 번 스며들고 나면 이성적인 판단은 뒷전이 된다. 상대의 어지간한 단점들마저도 너그러이 넘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이런 순간이 있을 것이다. 이를테면 나는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을 영화관에서만 세 번을 봤다. 광활한 들판에서 열차 추격전이 펼쳐지는 오프닝과 박도원(정우성)이 만주 벌판을 내달리며 말 위에서 스핀 코킹(소총 회전 장전) 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경우는 스타로드(크리스 프랫)가 소니 워크맨으로 ‘Come and get your love’를 틀고 춤을 추는 첫 장면에서 곧장 좋아하게 됐다.


2021년 2월 5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된 [승리호]는 우리나라 최초의 SF 블록 버스터로 일찌감치 화제를 모은 영화다. 지구가 극악하게 오염된 2092년, 우주 개발 업체 UTS는 위성궤도에 인류의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그러나 UTS 시민권을 획득하지 못한 절대 다수의 사람들(일명 비시민)은 지구에 남거나 노동 비자를 얻어 낙후된 우주에서 일한다.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를 수거하는 우주 함선*으로 일단 쓰레기가 나타나면 물불 가리지 않고 덤벼드는 탓에 악명이 자자하다.

승리호의 탑승자는 총 네 명(정확히는 세 명의 사람과 하나의 기계)이다. 과거에 우주 해적단을 이끌었던 장 선장(김태리), UTS기동대 소년병 출신의 조종사 태호(송중기), 지구에서 갱단 두목이었지만 기관사가 된 타이거 박(진선규), 고물상에 버려졌던 전투 로봇 출신 업동이(유해진)가 그들이다.

비시민들이 대개 그렇듯 희망 없이 돈에 쪼들리던 승리호 선원들은 어느 날 대량 살상 무기로 알려진 인간형 로봇 도로시(한국 이름 꽃님이/박예린)를 발견하고, 이를 UTS에 신고하는 대신 거액의 돈과 맞바꾸기 위해 암거래에 뛰어들게 되는데...!


[승리호]는 제법 뻔한 영화다. 주요 캐릭터는 다소 작위적이고, 악역은 납작하며 매력이 없다. 이야기 전개는 전형적이어서 안일하게도 예측이 가능하다. 이 뿐만 아니라 목소리**는 뭉개져 제대로 들리지 않았고, 외국인 배우들의 연기는 재연 프로그램처럼 어색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승리호]를 좋아하게 되고 말았는데, 그건 이 영화에 내 마음을 콱 사로잡는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 번째로 내가 반한 지점은, 허공을 가로지르는 작살로부터 시작되는 '우주의 풍경'이었다. 일단 비주얼***만으로도 가치가 있다. 우주선과 로봇 캐릭터도 자연스럽고, 대규모 전투 씬도 박진감 넘쳤다. 큰 스크린으로 보며 압도되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언젠가 아이맥스에서 재개봉을 해준다면 좋겠다.

두 번째는 꽃님이가 승리호 선원들과 처음 만나 맞절을 하는 순간이었다. 꽃님이를 보는 순간 나는 무장 해제 되었는데, 특히 색동저고리 같은 옷을 입은 꽃님이****는 정말이지 천진하고 사랑스러워서 등장하는 장면마다 광대가 폭발할 것 같았다. 특히 [승리호]가 아역을 다루는 방식이 참 좋았다. 수많은 영화에서 소녀(小女)는 선량한 성인 혹은 남성인 주체들의 인간성을 유발하고 종래에는 구원 받는, 일종의 '수단'처럼 쓰이지 않았던가. 그러나 [승리호]는 그러한 방식으로 부성애나 신파로 빠져들지 않았다. 이로 인해 꽃님이는 오롯이 주체적으로 사랑스러울 수 있었다.


[승리호]는 꽃님이의 입을 통해 주제 의식을 말한다. “우주에서는 위도 없고 아래도 없대요. 우주의 마음으로 보면 버릴 것도 없고 귀한 것도 없고요.” 탁월하게 그려진 것 같진 않지만, 이런 점에서 [승리호]는 굉장히 ‘좋은’ 영화다.

영화 내내 다양한 인종과 언어도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따갈로그어나 나이지리아 피진처럼 그간 블록버스터 SF에서 배제되어 있던 언어도 있다. 영화의 어떤 부분에서 나는 세월호를 떠올리기도 했고, 성소수자인 친구를 생각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약자들의 연대, 대안적 공동체의 이야기. 영웅들이 세상을 구하는 히어로 물보다는 [승리호]가 확실히 내 취향이었다.
마지막 포인트는 업동이가 등장하는 엔딩 장면이었다. 어린 시절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로 SF를 처음 접한 이래 나는 항상 우주 모험 활극을 동경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승리호]의 엔딩 미장센은 너무 완벽해서, 마치 내가 예전부터 꿈꿔왔던 장면처럼 느껴졌다.

이런 이유로, 아마 나는 [승리호]를 몇 번 쯤 더 보게 될 것 같다. 그리고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의 어떤 점에 반했는지,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지는 것이다.

이새보미야
(작가)


* [승리호]의 영어 제목은 [SPACE SWEEPERS(우주 청소부)]다.
** [승리호] 사운드를 담당했던 엔지니어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현재는 삭제됨)에 따르면, 극장용(5.1채널 돌비 애트모스)으로 사운드 믹싱이 되어 있는 탓이라고 한다. 넷플릭스에 급하게 판매하면서 스테레오 사운드로는 미처 작업하지 못했다고. 사운드바로 다시 봤더니 아주 훌륭했다! 감독도 인터뷰에서 가급적 헤드폰을 사용하도록 추천한다. 감상에 참고하시길.
*** 컨셉아티스트 안홍일(http://www.redhongstudio.com)이 담당한 컨셉아트부터 정말 멋지다.
**** 박예린은 모 광고에서 ‘아빠도 콘덴싱 만들어?’라고 했던 바로 그 배우. 개인적으로 [승리호]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연기가 빼어났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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