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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레터 Vol.16] <미드소마> 나는 사라지고, 우리는 영원히 상영담당자  |  2020.12.16  |  조회 135

나는 사라지고, 우리는 영원히
<미드소마>(2019)

지난 8일, 수도권은 거리두기를 2.5단계로 격상 발표하였다. 이를 전하는 일부 보도자료의 타이틀에 치명적인 오타가 발견되었다. 실수로 소수점이 빠져 표기만 보면 거리두기가 무려 25단계로 격상되었다. 이를 누리꾼들이 그냥 지나칠 리 없다. 다이내믹한 댓글이 넘쳐났다.
“지구에 남은 국가가 몇 없을 것 같다.” “사람이 남아있기는 하냐”. “그때도 왠지 군대는 갈 듯.”

지금보다 거리두기가 10배나 더 강화된 사회는 어떠할까. 어떤 이유에서든 인류가 멸종되지는 않을 것 같다. 역사가 늘 그러하듯 남은 생존자들은 또 무리를 지어 살아가겠지. 다만 생활 방식은 지금의 우리와는 많이 달라져 있을 것이다. 공동체 생활에 극단성을 가미하니 아리 에스터 감독의 <미드소마>(2019)가 떠오른다. 밤으로 대표되는 공포의 도식을 파괴한 작품 말이다.

하루아침에 가족 전부를 잃은 대니는 남자친구인 크리스티안이 전부다. 인류학을 전공한 크리스티안은 동료들과 함께 스웨덴 여행을 계획하고, 대니도 이에 동참한다. 낮의 길이가 가장 긴 미드소마(하지제) 축제가 9일간 열리는 호르가 마을. 90년 만에 행해지는 특별한 의식에 그들이 참여하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미드소마. 여름의 가운데를 뜻하는 영화제목처럼, 마을은 여름이 한창이다. 하얗게 부서지는 햇빛과 싱싱한 녹음, 형형색색의 꽃들로 가득한 곳. 영화는 목가적이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소름 돋고 메스껍다. 뒤틀린 마음이 공존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미드소마>의 공포는 두 가지 기제로 작동한다.
첫 번째는 ‘의도된 선택’이다. 아름다운 감각에 상반되는 불쾌한 지각이 내내 영화를 지배한다. 대니와 친구들은 마을이 평온해서 불안하다. 모든 것이 순조로워서 두렵고, 마침내 화합을 이루는 순간, 돌이킬 수 없음을 깨닫는다.
토할 정도가 아니라면 영화를 두 번 보길 추천한다. 처음은 마을에 온 대니와 친구들 처지에서. 두 번째는 이들을 환영하는(기다린) 마을 주민들 관점에서. 다시 보는 순간 당신은 깨닫는다.
‘이미 결론은 나와 있었구나.’
이들의 운명은 처음부터 예견된 것이었다.
호르가 주민들은 스스로 고립을 선택했다. 운명 공동체인 이들에게 선택의 옳고 그름은 중요하지 않다. 그저 지금의 모습을 유지하려는 판단과 실행만 있을 뿐이다. 이들에겐 생(生)은 물론이요, 죽음 또한 선택의 대상이다. 이들은 사람의 생애를 계절 주기에 빗댄다. 겨울에 해당하는 인생 주기의 끝에 다다른 이들은 스스로 생을 마감해야 한다.

두 번째는 ‘무력감’이다. 어느새 당신은 어느새 깨닫는다. 이들의 여정에 우연은 하나도 없었다는 것을. 예측대로 흘러가는 뻔한 전개임에도 공포가 유효한 까닭이다. 이제 남은 거라곤 절정으로 치닫는 비상식의 만행에 시달리는 것뿐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방인이었던 대니와 친구들이 이전까지는 사회의 주류였다는 것이다. 이방인에게 행해지는 호르가 마을의 의식은 한편의 복수극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이제까지 자행된 주류 사회의 횡포를 심판하는 것처럼.
입장이 전복(overthrow)된 이곳에서는 당신들 역시 소수에 불과하다며.

미국 이방인과 스웨덴 주민 사이에 대니가 있다. 어느새 대니는 조금씩 호르가에 동화되어간다. 축제의 하이라이트, 5월의 여왕이 되는 순간, 그녀는 짐작했을 것이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이곳에서 제2의 인생이 시작될 것임을. 기존 사회가 품지 못한 그녀에게 호르가는 안식처가 될 것을 자처한다. 마지막 제물이 된 크리스티안이 신전과 함께 불탄다. 그녀의 표정을 클로즈업하며 영화는 끝난다. 나는 어느 사회에 선악을 매길 수 있는지 혼란스러워졌다. 최악은 피하되 위선과 결핍으로 가득한 사회. 최악을 택함으로써 모두가 충만해지는 사회.

무엇을 했다고 벌써 12월인가. 사회 전체에 무력감이 만연했다. 대니처럼 우리 역시 이전의 생활로 돌아갈 수는 없을 것이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선택을 결정하는 기준이 있는가. 나는 우선순위에 ‘나’를 두기로 했다.
나와 다르게 선택할 이들에게 묻고 싶다.
나를 제외한 선택의 끝에 남는 것은 무엇인가.
대니에게도 묻고 싶다.
내가 사라진 공동체는 얼마나 지속할 수 있을까.

이효정(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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