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주영상미디어센터 2021 커뮤니티 워크샵 <프로젝.. - 2021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커뮤니티 지원사업 사업설..
 
관람 안내
상영시간표
현재 상영작
상영 예정작
지난 상영작
상영 후기
<영화로운 생활> 후기
모두레터

 
Home : 상영 : 모두레터
 
제목 [🌼모두레터 Vol.15] <프란시스 하> "당신의 스물일곱은 어땠나요?" 상영담당자  |  2020.12.03  |  조회 140

당신의 스물일곱은 어땠나요?
<프란시스 하>(2012)

“안 써서 안 읽는 거야. 자꾸 쓰고 말해져야 해.”
영화 <작은 아씨들>에서 조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누가 좋아하겠냐고 하자 그림을 그리는 에이미가 한 말이다. 누가 20대 여성의 일상과 고민을 궁금해 하겠는가. 너무 흔하지만 안 써서 잘 모르는 이야기를 특별하게 다루는 섬세하고 익숙한 향기는 바로 여성주의 감독이자 이 영화의 주연 그레타 거윅의 ‘작은 아씨들’에서 더 깊어진 것임을 깨닫게 했다. 그리고 특별할 게 없는 무용단 견습생 프란시스를 통해 가만히 응시하는 이 느낌은 뭐지 하고 보니 감독이 <결혼이야기>의 노아 바움백이다. 남성 감독들이 풀어내는 여성의 이야기는 어딘가 불편하고 억지스러운데 이 영화는 바움백 감독과 주연을 맡은 그레타 거윅의 공동각본이라 그런지 이물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감독은 노아 바움백이지만 철저히 그레타 거윅에 의한, 그레타 거윅을 위한 영화로 느껴지는 이유다.

누구나 거쳐가는 20대, 그들에게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안정된 직장과 수입, 집, 혹은 사랑? 인생의 어느 시기인들 아프지 않은 때가 없겠지만 20대만큼 시리도록 아프고 막막한 때가 또 있을까. 졸업, 취직, 진학 등등 각자 삶의 갈림길에 서서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나름의 답안지를 제출해야 하는 20대 후반. 원하는 대로 목표한 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살아내고 견뎌야 하는 그 시기를 통과하는 젊음들.

우린 세계를 접수할 거야. 넌 유명한 현대무용수가 될 거고 난 그런 너를 책으로 써서 출판계 거물이 될 거야 자신하던 패기가 “뭔가 하고는 있는데 이게 맞나, 잘하고 있나, 다른 길이 있는 것은 아닌가.”로 바뀌는 건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아직 무엇을 할 것인지 혹은 할 수 있는지 로드맵이 그려지기 전의 20대라면 누구나 수십 수백번 스스로에게 던졌을 질문들. 청춘은 거칠 게 없고 당당하다고 하지만 다 지나고 나서 추억할 때나 하는 말이다.


청춘은 남루하고 의기소침하다. 인생을 통틀어 가장 빛나는 육체를 가진 시절, 그러나 어설픈 열정 외엔 가진 게 없는 미완과 결핍의 시기다. 영화 볼 돈도, 월세 낼 돈도 없으면서 신용카드로 프랑스 즉흥여행을 결정하는 프란시스. 혼자 파리 거리와 강변을 걷고 프루스트를 읽으며 하루뿐인 파리여행의 아침을 늦잠으로 보내고 춤을 추며 뉴욕 거리를 달리는 모습이 청춘이다.

일, 사랑, 우정 그 어떤 것도 쉬운 건 없다. 때로 주관없이 흔들리며 무리에 휩쓸리기도 하고 열등감과 질투, 두려움과 막막함 등 부정적인 감정이란 감정들은 다 버무려 놓은 듯한 감정에 휩싸이는 무기력과 불안에 깔리지 않으려는 몸부림은 하늘을 떠받치는 아틀라스와 다를 게 없다. 부모님이 계시는 캘리포니아로 날아가 평화로운 크리스마스 휴가를 즐기지만 여전히 그녀의 삶은 뉴욕에 있고 달라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부모는 그저 힘들 때 쉼표를 찍을 수 있는 영혼의 고향 같은 곳일 뿐이다.

이 영화는 화려한 뉴욕 거리가 흑백 필름과 만나 마치 나의 스물일곱 시절로 데려가주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데이빗 보위의 'Modern Love'에 맞춰 뉴욕 차이나타운을 춤추며 질주하는 장면, 근대적 사랑에 절대 빠지지 않겠노라는 노랫말처럼 뉴욕의 이곳저곳을 옮겨다니는 노마드한 생활은 안정이라는 울타리를 두르고 살아가는 겁쟁이, 모범생이 된 소위 어른들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국 누가 뭐래도 자신이 납득할 수 있어야 동력도 생기는 법, 무용수로서 춤에 대한 자존심이 아닌 연출을 택할 줄 아는 자존이 그녀를 빛나게 한다. 어쩌면 무용수보다 안무에 더 재능이 뛰어나 보이는 그녀가 가장 살아있을 때의 표정은 배우를 대할 때다. 배우를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자신에게 미소를 보내는 소피를 바라보는 모습은 프란시스가 영화에서 가장 행복한 얼굴이다. 자신이 온전하게 서야 우정도 사랑도 일도 깊어지는 것을, 더 이상 자신이 주인공이 되지 않아도 주인공 의식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기 삶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렇다면 이름이 대수겠는가. 아파트 우편함에 풀 네임카드가 아니어도 좋은 당당한 젊음을 찾았다. 그녀가 풀 네임을 다 쓸 수 있을 때까지 또다른 시련이 닥치겠지만 인생이 늘 그렇듯 현재에 충실하는 것만이 유일하게 아는 진리임을, Frances Halladay도 Frances Ha도 변함없는 자신임을 깨닫게 되리라. 평생을 Frances Ha로 살아간다 할지라도 그녀의 실존은 여전히 흑백의 뉴욕 거리 한복판을 누구 눈치도 보지 않고 달리던, 오롯이 혼자였던 그 시간에서 비롯된 것임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강미숙(소셜칼럼니스트)
  ▷ 의견 목록 (총0개)
 
아이콘
Selected Icon
목록
이전 [🌼모두레터 Vol.16] <미드소마> 나는 사라지고, 우리는 영..
다음 [🌼모두레터 Vol.14] <레즈비언, 카메라, 액션> Next Genera..
 
센터소개미디어교육영화상영장비대여시설대관창작지원원주영상미디어센터 찾아오시는길 다른 미디어센터 바로가기 링크  
센터로고-메인페이지 바로가기 센터정보-원주영상미디어센터 대표자 : 장승완    고유번호증: 224-82-62030 (26417) 강원도 원주시 원일로 139 (일산동 211) 4층 원주영상미디어센터 전화번호: 033) 733-8020    팩스: 033) 733-8111    이메일: wonjumc@wonjumc.kr Copyright(C) 원주영상미디어센터 All Rights Reserved 협력기관 배너-원주시, 문화체육관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