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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모두레터 Vol.12] <엘레지의 여왕> 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 상영담당자  |  2020.10.21  |  조회 53

내 안에 가득 노래가 있음이라
한형모 <엘레지의 여왕>(1967)

바야흐로 트로트 전성시대다. ‘뽕짝’ 혹은 ‘관광버스용 음악’이라는 멸시와 함께 반짝이 의상으로 희화화되던 변방의 장르가 음악차트의 상위권에 진입하고, 소수 톱스타가 독점하던 광고와 방송의 판도를 뒤집었다. 덕질은 아이돌이 국룰(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정해진 규칙)이라 여긴 내가 생애 처음 트로트 가수를 덕질한다. 하나 잘되면 득달같이 달려들어 모방하기 바쁜 방송가의 풍토답게 사상 초유의 언택트 명절을 맞이한 지난 추석 역시 안방가는 트로트가 장악했다.

추석 특집을 내세운 트로트 아류의 홍수 속에 원로가수들의 절창은 역시 구관이 명관임을 증명했다. 올해 100년을 맞이한 트로트 역사를 총결산하는 국내 최초의 트로트 시상식 ‘트롯 어워즈’가 인상깊었다. 4시간 생중계를 본방사수한 목적은 영탁을 보기 위함이었지만 방송이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대상을 수상한 이미자였다. 녹음한 곡만 2,000곡이 넘는 그녀는 데뷔한 지 올해로 61년 차다. 그야말로 대중가요의 살아있는 역사이다.

한형모 감독의 <엘레지의 여왕>(1967)은 이미자의 청춘을 담은 전기적 작품이다. 영화는 시대와 호흡한다. 해방 이후 새로운 국가로 전환해야 하는 시기에 한국전쟁까지 겪은 1950년대는 정치 경제, 사회 전 영역의 체계와 질서가 잡히지 않았다. 당대 대중의 기호를 읽는 능력이 탁월했던 감독의 눈에 이미자는 혼돈의 시기에 타고난 노래꾼이자 완성형 스타였다. 데뷔와 함께 최정상의 인기를 거머쥔 여자. 서른도 되지 않아 지난 인생을 되돌아보는 것이 어색하지 않은 거물.


극영화인 이 작품은 주인공 미자의 희로애락, 비주얼로 드러낸 시대적 배경과 같은 전기영화의 전형성을 충실히 담았다. 최전성기의 이미자가 되기까지의 여정이 과거부터 순차적으로 재연된다. 전란의 상처와 급격한 도시화를 경험한 그녀는 가난과 불행한 가정환경으로 대표되는 굴곡진 유년 시절을 보냈다. 80년대의 대표곡 ‘빙글빙글’로 유명한 나미가 이미자의 아역을, 60년대 3대 여배우로 유명했던 남정임이 10대와 성인 이미자를 연기했다. 배우가 전기 인물의 역할과 노래까지 모두 소화하는 현대의 음악 영화와 달리 이미자의 목소리에 배우의 립싱크는 고전 영화 특유의 얄궂은 맛을 자아낸다.

맨발로 흙길을 다니던 시골 여자아이는 상경하여 학생 신분을 숨기고 노래 콩쿠르 대회에 나가 1등을 한다. 성글게 묘사된 세월은 이전과는 다른 시대를 만들어냈다. 광주리에 짓눌린 여인들의 쪽 찐 머리는 어느새 하늘을 향해 봉긋이 솟아올랐다. 단단히 한복을 여미는 여인과 중요 부위만 가린 채 과감하게 춤을 추는 쇼걸 모두 당시에 공존한 사회의 단면이었다. 상대를 코앞에 두고 뿜어대는 담배 연기 또한 그 시대에는 지극히 자연스럽고 모두가 공유하던 일상이었다.

가수의 이야기에 음악을 빼놓을 수 없다. 영화는 시작부터 정체성을 드러낸다. 본 이야기가 시작되기에 앞서 곱게 한복을 차려입은 스물일곱의 이미자가 등장한다. 곧 시작될 자신의 영화를 소개하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연기 대신 노래를 한 곡 하겠다며 영화의 주제곡이기도 한 ‘엘레지의 여왕’을 부른다. 슬프고 애절한 노래를 의미하는 엘레지(elegy)는 낭랑하면서도 구슬픈 그녀의 음악을 칭하기에 완벽하다. 그녀의 역전 인생 도화선은 ‘영화’였다. 캬바레에서 노래하던 미자는 한 레코드 회사의 제안으로 영화<동백 아가씨>의 주제곡 ‘동백 아가씨’를 녹음한다. 메인 주제곡은 따로 있었으나 대중은 그녀의 노래에 열광했다. 지금의 100 만장에 달하는 10 만장의 음반이 팔려나갔고, 가요 순위 35주 연속 1위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달성했다.

가수는 노래를 따라간다고 했던가. 그녀는 헤일수 없이 수많은 밤을 울며 지새 꽃잎마저 빨갛게 멍들어버린 동백 아가씨를 닮았다. 전설의 반열에 오르게 해준 그녀의 히트곡들은 한순간 왜색 시비에 걸려 20년 넘게 방송에서 불리지 못하고, 음반 제작도 할 수 없게 된다. 이에 더해 남편과 딸마저 그녀를 떠난다.

모든 것을 얻었지만 온전히 자기 것은 하나도 없는 삶. 결핍의 나날, 찬란한 영광, 무너진 명성, 그래도 살아가는 하루. 비상과 추락, 도약이 반복되는 그녀의 삶엔 늘 노래가 있었다.

여든의 이미자가 다시 동백 아가씨를 부른다. 처연하게 흐느끼던 스물넷의 미자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날 밤 나는 추운 겨울, 눈밭 속에서도 동백꽃을 피워내는 원숙한 여인을 보았다.

이효정(원주옥상영화제 기획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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